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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미디어의 미래

'로그인 월'은 장대한 디지털 전환 여정의 출발선이다

by 수레바퀴 2024. 9. 25.

출처: 이미지 AI 생성

‘로그인 월’을 추진하는 한 종이신문사 기자를 최근에 만났다. 서울에 위치한 이 신문사는 5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중견매체다. 세 차례 강연했던 인연을 떠올리며 마주앉았다.

나는 ‘로그인 월’ 또는 ‘페이 월’에 이르는 ‘디지털 구독모델’은 종이신문사 디지털 전환의 일부라고 전제했다. 디지털 전환은 매체의 비전 및 목표의 근간을 바꾸는 것으로 조직 문화와 인재상 등 업무의 형태와 내용을 새 틀로 설정하는 활동이다. 로그인 월은 디지털 전환의 한 요소로서 다뤄질 때 비로소 그 가치와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디지털 구독모델은 기술 도입(장벽과 결제 등)으로 정리될 수 없고 조직 전반의 업무방식 변화로 견고해진다. '로그인 월'은 단순히 콘텐츠 접근 방식의 옵션이 아니라 제품 생산 방식의 재설정과 조직의 디지털 대응체계 재구축이다. 다시 말해 ‘로그인 월’은 뉴스조직의 제품 생신 양식을 재설정(Reset), 재설계(Redesign), 재편(Reorganization)하는 구조적인 대응이다. ‘제품’을 정의, 프로세스를 구성하고 서비스(유통)하는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한국언론의 로그인 월 현장은 여전히 무모하게 유료화 로켓을 발사하고 있다. 국내 언론사 로그인 월 추진 부서 관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핵심 역량이 집중되지 않는 데도 일방적으로 밀어부치는 윗선의 태도에 절망한다. 

이들의 공통된 이야기는 대략 10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1.제품 생산은 기자 ’겸무‘에 의존한다. 2.부서별로 할당한다. 3.편집국장과 각 부서장 입김이 로그인 월 향배를 좌우한다. 4.제품 평가와 그 교체가 쉽지 않다. 5.누가 진짜 독자인지 모른다. 6.이용자 데이터가 적다. 7.리더(오너)가 향하려는 목표를 알기 어렵다. 8.로드맵이 없거나 부실하다. 9.(잦은) 인사이동이 전혀 효율적이지 않다. 즉, 인력배치가 부정확하다. 10.개발자 디자이너 등 지원인력이 부족하다 등이다.

오늘날 디지털 뉴스 시장은 점점 침하하고 있다. 이미 텍스트 뉴스 기반의 트래픽을 늘리는 것은 정점을 지나 하향세다. 포털 뉴스서비스의 침체로 생태계도 안갯속이다. 사물인터넷, 생성형 AI 확산은 정보생태계에서 최종 랜드(land)로서 뉴스의 위상을 흔든다. 정보구조, 신뢰 형성 등 뉴스의 입지와 궤적이 엷게 되면 언론사와 그 뉴스 페이지는 형해화할 여지가 크다. 

최근 수년 사이에 이용자와 플랫폼의 관계는 상호 호혜의 원칙에서 다뤄지고 있다. 구독모델 수익배분 등 공동 성장 관점은 언론사의 뉴 패러다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웹3.0은 독자 참여(커뮤니티-멤버십)와 보상 기제, 데이터(아카이브)와 기술 임팩트를 고조시켜 왔다.

데이터, 기술, (비뉴스) 콘텐츠를 외부에서 수혈, 협업하는 등의 파트너십을 증대하고 멤버십 경험 확장, 커뮤니티 구축 등 가치 제안이 절실하다. 기자 소통을 기초로 선도적인 커뮤니티를 구축하여 오프라인 역사에서 확립된 매체의 경력을 새롭게 출발시켜야 한다. 

그러나 현재 많은 언론사들은 제한적이고 소극적인 방식으로 유료화를 추진하고 있다. 전통적인 뉴스룸 구조와 의사결정 방식으로는 로그인 월도, 디지털 전환도 제대로 실현하기 어렵다. 

‘로그인 월’은 디지털 중심 정보 이용환경서 언론사의 미래와 연결돼 있을 정도로 긴박하고 중차대한 여정이다. 단순히 작은 부서가 떠안고 이끌고 갈만한 사안이 아니다. 올드미디어의 첨병인 편집국장이 제품의 라인업을 좌지우지하는 체계서는 죽도 밥도 될 수 없다. 

당장에는 한정적인 자원의 재분배를 체계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평균 100~200명 취재기자에게 ‘제품’까지 기대한 건 ‘고문’에 가깝다. 한국의 취재기자들은 제품을 신경쓰기에는 심각한 부담을 지고 있다. 매일 평균 최소 1건 이상의 기사를 써야 하는 여건이라면 더 말할 나위도 없다.

이같은 현실에서 (페이 월의) '프리미엄 모델'은 어쩌면 고육책이다. 한데 독자가 관심을 갖는 주제와 형식, 내용을 갖춘다고 끝나는 일은 아니다. 마케팅과 독자개발 및 관리 같은 조직 비즈니스 전반에 디지털 DNA를 이식해야 한다. 

로그인 월은 언론사 디지털 전환의 여정에서 그 첫 단추에 해당한다. 독자 중심의 매체 비전과 비즈니스를 구현하는 가늠자로 콘텐츠, 데이터, 파트너, 조직 등 여러 부문의 혁신이 이뤄질 때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다.


무엇보다 지속가능한 ‘로그인 월’ 여정을 위해 명확하고 구체적이며 전면적인 프로그램이 있어야 한다. 작은 시장 규모와 광고주 기반 안면 비즈니스 과열, 국내 언론사 규모의 영세성, 포털의 오랜 시장지배력, 유튜브를 통한 뉴스 이용률 증가, 언론 및 기자에 대한 저신뢰도 등 한국 미디어 생태계 특성을 고려하면 고만고만한 임기응변을 넘어 ‘판을 뒤집는 혁신’의 관점이 중요하다. 

이를 해결하려면 리더십 혹은 의사결정구조를 디지털 환경에 걸맞게 작동시켜야 한다. 비즈니스 최고 책임자는 데드라인에 쫓기는 뉴스룸을 구독자가 원하는 형식과 내용을 기획, 제공할 수 있는 스튜디오로 진화시켜 열쇠를 찾아야 한다. 제품 최고 책임자는 독보적인 저널리즘 경쟁력을 기초로 균일한 제품을 관리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또한 독자 개발 최고 책임자는 오디언스를 이해하고 발견, 육성, 유지(관리)하는 최적의 미션을 제시해 구독자 친화적인 비즈니스에 기여해야 한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국내 언론사들은 '로그인 월'을 쉽게 생각하고 달려드는 경우가 많다. 콘텐츠 장벽을 세우면 독자가 들어온다는 근거없는 자신감도 있다. 네이버 뉴스 페이지에 노출되는 뉴스의 조회수나 체류시간을 근거로 콘텐츠 소재를 잡기도 한다. 네이버 독자를 자신의 독자로 오인하는 것이니 뻔한 결말이 예상되는 일이다. 

중앙일보가 연내 10만명 유료 (누적)구독자를 목표로 하고 있어 그 다음 행보가 업계 안팎의 관심사다. 이를 성과로 봐야 할지는 별개로 하더라도 각 언론사는 '로그인 월'을 왜 지금 해야 하는지 충분히 공감하고 비전을 공유하는 과정부터 필요하다. 시늉만 낼 것이라면 차라리 하지 않는 것이 독자를 최소한 불편하게 하지 않는다.

일단 저널리즘부터 가다듬어야 한다. 로그인 월은 저널리즘의 경쟁을 알리는 서막이다. 저널리즘(본업)에 자신없다면 페이월은 하지 않아야 한다. 특히 이같은 성찰과 회복을 위한 결정은 독자 중심의 관점과 실행에서 가능한 만큼 인식과 문화를 쇄신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국내 언론사는 로그인 월 도입 이후 즉각적인 수익 압박으로 이어진다. 이것은 소모적이다. 장기적인 디지털 전환 목표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한다. 유료 구독을 정당화할 수 있는 고품질, 차별화된 콘텐츠 제작에 계속 투자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디지털 전환은 단순한 유료 구독자 확보보다는 충성도 높은 커뮤니티 구성원으로 참여시키는 목표로 향해야 한다. 

준비와 여력이 부족한 한국 언론사들은 이러한 복합적인 도전 과제를 헤쳐 나가면서 숱한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로그인 월'의 실험은 회피하거나 중단해서는 안 된다. 디지털 전환을 위해서는 계속 추진해야 한다. 언론사 스스로 기존 뉴스시장을 전복하고 재건하는 몇 안 되는 단초이기 때문이다.  

이날 만난 기자는 로그인 월에 가담하는 부서와 기자들의 규모, 포털 유통에서 고려해야 할 부분 등을 질문했다. 나는 상대적으로 소규모 언론사의 로그인 월 설계에 몇 가지 당부를 했다. 기록 차원에서 제목 정도만 남긴다.

1. 제품 카테고리를 좁힐 것. 보통 5개의 주제가 적합하다.
2. 전체 부서보다는 핵심 부서를 대상으로 할 것. 2~3개 부서가 타당하다.
3. 양산 체제보다 주 5개 정도가 알맞다.
4. 콘텐츠는 브랜드의 칼라를 재정립하는 것과 연계해야 한다.
4. 경제적 지원이 어렵다면 경력관리 등에서 참여 기자 인센티브를 마련해야 한다. 
5. 로그인 월의 성과 목표는 현실적으로 잡아야 한다. 
6. 페이 월(프리미엄 모델)로 나아가려면 편집국 인력의 최소 10%가 전담해야 한다.
7. 제품 조직 외에도 마케팅, 독자관련 부서 등 협업 부문을 뒷받침해야 한다.
8. 조직 내 평판이 좋고 역량이 우수한 시니어 기자의 역할이 필요하다.
9. 디지털 전환의 내부 우군이 중요하다.
10. 편집국장 등 기존의 의사결정권을 디지털 조직으로 이양하는 게 합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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