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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미디어의 미래

대학언론 기자들에게-문명사적 전환기에 처한 언론을 직시하라

by 수레바퀴 2024. 7. 23.

저널리즘에 대한 통렬한 성찰은 직업 기자를 꿈꾸는 학생 기자들에게 중요한 태도이다.

열정 가득한 젊은 세대를 주축으로 지역 사회 또는 마을 공동체와 협력하는 등 대학 언론의 잠재력은 충분하다. 인터넷 이후 구미권 대학 언론의 변화는 디지털 기반으로, 더 넓은 파트너십으로 성장하는 방향에 있었다. 하지만 학교 내부의 언론사는 유무형의 검열, 재원 확보 등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학생 기자의 언론 자유를 인정하고 미디어의 내용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법제도적인 장치도 필요하다. '학생 기자 자유 언론법' 같은 것이다. 미국 뉴욕주 의회에 계류 중인 이 법은 기사를 취재하거나 보도하는 학생기자 그리고 이들을 보호하는 교수와 자문가들을 보호하는 장치다. 

현재 현장에서는 학생 독자들의 외면과 취업 같은 현실적인 문제 등으로 '위기'는 심화하고 있다. 무엇보다 언론 환경은 개방성이 떨어진다. 대학 언론은 관점의 차별성, 소재의 다양성에서 두드러지기도 한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이들의 뉴스를 권장하고 노출할 필요가 있다.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가 대학 언론의 뉴스를 적극적으로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대부분의 기성 언론은 대학 언론과의 구체적인 협업을 고려하지 않는 등 학생 기자들은 '언론 환경'에서 철저히 분리되어 있다. 하지만 학생 기자는 앞으로 뉴스 리더가 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이들이 다루는 뉴스를 적극적으로 살펴보고 다룰 수 있어야 한다. "그들이 좌절해서 소셜 미디어에 엉성하게 글을 올리는 것보다는, 그들에게 조사 기술과 비판적 사고, 신뢰할 수 있는 출처를 식별하고 문제 해결을 추구하며 책임감 있게 기사를 보도할 수 있는 기술을 가르치는 게 더 낫기 때문이다."

한국 언론산업은 세계적으로도 가장 퇴락한 상태다 

학생 기자가 저널리즘 소양과 디지털 미디어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는 조건을 갖게 된다면 언론 산업의 건강성, 확장성, 지속가능성과 닿는다. 대학생을 비롯 청소년들이 주도하는 뉴스룸은 명백히 언론 환경의 일부요 뉴스 시장을 풍성하게 만드는 파트너이기 때문이다. 

올해로 32회째를 맞는 전국 대학언론 기자학교에 초대받아 'AI 시대의 기자상'이란 주제로 문을 여는 강연을 맡았다. '언론 생태계를 직시할 것', '오디언스의 눈높이에서 행동할 것', '디지털 기술을 이해할 것', '의문과 질문을 품을 것' 등을 주문했다. 이날 강연의 일부 내용을 재구성했다.

디지털은 독자를 마주볼 수 있는 생태계다. 그러나 독자 기반 비즈니스 모델의 진행 속도가 거의 나지 않고 있다. 대부분의 매체는 버티컬 채널 또는 프리미엄 모델을 고안하고 있지만 내용적으로는 포기 상태나 다름없다. 제품을 만드는데 기존 뉴스룸 인력의 5~10%도 제대로 쓰지 않고 있어서다. 오롯이 디지털 부서의 미션에 불과한 것이다. 그렇다고 디지털 인프라가 충분한 것도 아니다. 

이 이유는 무엇인가? 한국 언론산업은 대형 광고주만 있으면 되기 때문이다. 매출의 대부분이 광고, 협찬 등이 차지한다. 기존의 시장을 지키면 된다. 이 시장은 합리적으로 작동하지 않기에 수십년 동안 매체의 순위-몫을 가져가는 비중이 사실상 정해져 있다. 불확실한 독자 기반 비즈니스로 나아가기보다는 이 시장을 지키면 등락이 있을 뿐 적어도 망하지 않는다는 결론이 난 상태다. 비전이 있는 산업인가? 

베테랑 기자보다는 신참 기자들이 현장을 맡는 경우도 다반사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저격 사건 당시 중요한 사진을 찍은 더그 밀스 뉴욕타임스 기자는 도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 이래 대통령 취재만 담당한 사진 기자다. 한국에서 현장에 있는 기자들이 누군지 확인한다면 답을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

뉴스룸은 다양한 출신 배경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지 파악하는 것도 단서다. 다문화, 초고령화, 양극화 등 한국사회의 극적인 변화에 노출되어 있는 사람들, 장애인이나 소수자 등 사회적 약자 그룹들이 채용되고 있는지 아니면 이들은 결과적으로 배제될 수밖에 없는지도 볼 필요가 있다. 다양성을 반영하지 않는 미디어 기업은 미래가 없다.

인공지능(AI)은 미디어 산업 전반에 거대한 영향을 미친다. 단지 뉴스 서비스의 품질을 개선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지식정보 생태계 전반에 걸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이러한 전환기를 겪는 기자들은 언론 환경 뿐만 아니라 다양한 플랫폼과 채널의 기술 그리고 사용자들의 동태를 살펴야 한다. 세계뉴스미디어총회(WNMC : World News Media Congress), MWC, CES 등 기술 진보의 궤적과 시사점을 찾는 이벤트들.

인공지능의 등장은 인터넷처럼 문명사적 전환이다

디지털 기술이 뉴스 서비스 전반에 효과적으로 적용되는지는 쉽게 검토할 수 있다. 뉴스 뷰 페이지의 인터페이스를 비롯 사용 경험(UX)은 어느 정도인지 해외 매체의 그것과 대조하면 된다. 연관 기사의 구조, 댓글 등 독자의 참여 경로, 멀티미디어 포맷의 구성, 모바일의 구현 수준-푸시 및 알림 같은 개인화 옵션 여부 등이다. 주지하다시피 디지털에서 뉴스 스토리의 경쟁력은 가치와 경험에서 좌우된다.

뉴스조직의 구성원들은 독자와 어떻게 소통하고 있는지, 아니면 철저히 분리돼 있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언론산업의 미래는 모두 '오디언스 퍼스트'에서 결정되기 때문이다. 선배 기자들은 소셜미디어 같은 커뮤니케이션 도구를 어떻게 활용하는지, 방법을 전수하는지도 하나의 포인트다. 디지털 대응 형편을 파악하고 디지털 독자를 대하는 방식을 알게 된다면 한국언론의 미래는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고 봐도 된다.

학생 기자는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다. 태어날 때부터 스크린에서 정보를 보고 읽었다. 지난 30여년 인터넷 보급이 형성한 지식 정보 생태계의 변화를 인지해야 한다. 첫째, 정보 과잉이다. 둘째, 정보 생산과 배포가 빠른 속도의 시대다. 셋째, 영상 등 비주얼 콘텐츠가 대세다. 넷째, 지리적, 언어적 경계가 엷어진다. 다섯째, 양방향 소통이 정보와 결합한다.

인공지능은 또다른 전환이다. 보고 듣고 말하고 분석하는 개인비서가 기계 스크린을 넘어 장착된다. 일반적인 정보의 제공은 대부분 구현 가능하다. 지극히 개인의 정보 소비를 지배한다. 대면하며 질문하고 알아내는 시대에서 인터넷 검색으로 찾는 시대를 거쳐 기계에 기대 혼자 해소하고 갈음한다. 언론사가 제공하는 뉴스와 그 서비스는 어떻게 진보해야 하는가? 그 답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전담 부서와 투자가 있는가? 

이제 인간 기자는 원숙한 교양인이어야 한다. 통찰력을 정리하고 제시해야 한다. 뉴스 조직은 풍부한 영감을 제시할 수 있는지 길을 찾아야 한다. 독자 관점에서 맞춤 정보를 만드는 '제품의 사고'로 움직여야 한다. 더 창의적으로 일해야 한다. 마지막 서비스 단계까지 토론해야 한다. 독자를 움직일 수 있는, 훌륭한 저널리스트와 브랜드를 형성(IP)해야 한다. 

신문사, 방송사 기자가 되기를 원한다면 지금부터 새롭게 움직여야 한다. 스스로의 장점과 단점을 점검하고 성찰해야 한다. 지금보다는 다른 차원에서 기자에 대한 그림을 가져야 한다. 교류하고 소통하는 등 인터넷을 제대로 활용해야 한다. 당신의 독자를 만들어야 한다.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을 적극 활용하고 참여하며 소통해야 한다. 디지털 기술을 독자 관점에서 쓰임새 있게 디지털 기술을 동원할 수 있어야 한다.

기록과 보고, 체계를 이해하고 객관주의, 전문주의, 중립주의 같은 정치적 모럴, 직업적 윤리가 중요한 시기를 거쳐 오늘날 기자는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도구를 활용하고 독자들과 소통하고 수렴할 수 있는 미덕과 교양을 갖춰야 한다.

네트워크에 참여한 학생 기자는 열린 저널리스트의 출발선에 있다 

20세기 기자를 쳐다보지 말고 조금이라도 다른 기자를 그려내는 과정이다. 학생 기자로 안주하지 말고 '나'만의 새로운 기자를 정의해야 한다. 모든 것이 결론나지 않았다. 희망이 있으면 '나'의 배경은 중요하지 않다. 디지털과 네트워크가 무한한 기회를 갖고 있는 덕분이다. 좌절과 단념 말고 의문과 질문을 가져야 한다. 특히 한국언론의 한계와 기회에 대해서 깊이 사유해야 한다.

당신이 원하는 언론사가 데이터는 어느 정도 갖고 있는지, 데이터 기반으로 작동하고 있는지, 또 그러한 디지털 인프라에 기술 투자를 제때 제대로 하고 있는지, 독자 데이터베이스와 적합한 마케팅 활동은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 더 근본적으로 언론사 내부 구성원들은 유일한 비교 우위인 저널리즘을 고민하고 있는지, 바로잡고 있는지 짚어야 한다. 

또한 의사결정구조는 획일적인지, 개방적인지, 미래지향적인지 멀고 길게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당신은 한국언론사의 기자가 되려는 것이 아니라 오디언스와 소통하는 기자가 되려는 목표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꼭 전통적인 기자가 아니어도 좋다. 현재의 기성언론은 '유튜버'를 조소하고 있지만 당신이 독창적이고 지성적인 스토리텔러라면 앞으로는 꼭 레거시의 우산 아래 있는 기자가 아니어도 좋다.  

인공지능은 다시 한번 모두가 스토리를 말하는 세상을 열고 있다. 원대한 지성으로 미래 저널리스트를 꿈꾸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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