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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미디어의 미래

지역신문, 질문을 바꿔야 길이 보인다

by 수레바퀴 2024. 6. 14.

강연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마주한 그림판. 이 지역신문이 방학시즌에 운영하는 어린이 대상 독서클럽. 한 포털사이트 카페에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다. 이날 강연에서 커뮤니티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독서클럽을 어떻게 확장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일회적 이벤트가 아니라 항상 해야 한다.

얼마전 인구 100만명이 넘는 도시에서 30년 이상 신문사를 운영 중인 뉴스조직을 찾아  '하이퍼 로컬리즘과 인공지능(AI) 전략'을 주제로 2시간여 강의했다. 현재 전체 직원 10여명 가운데 기자는 4명이다. 고료를 지급하는 외부 필자를 두고 있다. 연 10억 이하의 매출을 올린다. 

디지털보다는 주간 형태로 발행하는 신문 기사가 콘텐츠 원천이다. 경영진과 구성원들은 산업체가 많지 않은 도시 여건에서 최대 출입처인 지자체 관계를 중요하게 다루고 있었다. 현실적으로 최적의 선택지라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최소의 투자로 버티는 경영이다. 

지역언론을 20여년 돌아다니고 있지만 그 사이 강연 내용도 바뀌지 않았다. 커뮤니티 구축같은 세부적인 주제를 주문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개괄적인 전략을 요청했다. 그마저도 1~2시간 시간에서 충분히 풀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도돌이표처럼 해마다 반복하기도 했다. 

이 신문이 제의한 주제도 그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못했다. 단지 새롭다면 AI라는 유행 단어가 붙은 정도였다. 내가 강조한 것은 '변화'였다. 일하는 방식을 좌우하는 내부 구성원 간 질문의 방향이 바뀌어야 한다는 점이다. 업무에서 늘상 하는 것이 아닌 바뀐 질문은 뉴스조직의 미래를 쥐고 있어서다. 

그래서 "질문을 바꾸자"로 강연을 시작했다. 예를 들면 "어떤 기사를 쓸 것인가?"가 아니라 "지역 독자와 어떻게 연결할래?"다. 물론 외주업체를 통해 주간으로 발행하는 신문을 배포하지만 구독자 정보는 없는 게 현장이다. 누구인지를 모르는 미디어 서비스 채널은 미래가 없다. 이는 규모가 큰 신문사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정기적 서베이도 없는 만큼 당연히 독자와 관련된 질문이 나올 수 없다. 독자를 찾고 밝히는 질문이 시작돼야 비로소 방향이 바뀐다.

지역신문 커뮤니티 구축의 방향은 지역의 사람들이 일상의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 질문해야 한다. 도시에 활발한 커뮤니티를 물색하고 직접 동참하는 방식은 첫 걸음이 될 수 있다. 가족 단위로 연결하는 분야면 유리하다. 그리고 관심과 기호를 공유하는 작업이다. 관계를 밀도 있게 가져가려면 기존의 기사 쓰기 프로그램으로 심화하는 방식도 있다. 여기서 기자의 역할은 중요하다. 기자는 스스로 IP(자산)여야 한다.

다음은 "데이터를 확보하자"이다. 첫째, 구독자 데이터다. "어떻게 독자 DB를 생성할 수 있을까?"를 논의 테이블에 올려야 한다. 구독자를 신문의 디지털 채널로 유도하는 일이다. 둘째, 이를 위해 구독자 혜택-콘텐츠가 필요하다. 로그인해야 볼 수 있는 콘텐츠가 필요하다. 이용행동 데이터를 살펴볼 수 있기 위함이다.

한 기자가 (강연이 끝나자) 질문했다. "새롭게 콘텐츠를 만들 여건은 안 된다. 기존 기사를 더 많이 알려야 하는데 로그인 열람으로 제한하는 것 쉽지 않다"고 했다. 두 가지 방향이다. 하나는 구독자 데이터가 중요하다고 판단한다면 선택해야 한다. 다른 하나는 외부에서 콘텐츠를 찾는 것이다. "지역의 콘텐츠 파트너를 어디에서 어떻게 찾을까?"라는 질문이 나온다.

이 도시보다 5배 가량 인구가 많은 미국 <보스톤 글로브>는 '부고'를 운영한다. 이보다 적은 시장을 상대로 할 때는 타깃 독자와 그 콘텐츠를 더 좁힐 필요가 있다. 도시의 정체성,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일치시키는 것도 한 방법이다.

셋째, 제품에 필요한 데이터를 갖추는 것이다. 이 도시는 '글로벌 자족도시'를 선언하고 '스마트 도시'를 외치고 있다. 공공 빅데이터도 오픈하고 있다. 무엇보다 지역 신문의 제품 전략은 지자체의 정체성, 생존 전략과 일치시킬 필요가 있다. 해외 지역신문은 날씨-사건 사고-교통-교육'이 거의 디폴트로 '메트로(하이퍼로컬)' 섹션을 운영한다. LA타임스는 문화 공연 채널이 특화돼 있다.

그리고 "어떤 기술을 데이터와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라는 질문이다. 내부에는 개발자도, 기술에 조예가 있는 구성원도, 더 나아가 담당할 여력도 없다. 당연히 "이걸 누가 할 것인가?"의 의문부호가 달린다. 현실은 희망자 나는 원대한 '창조자'라고 부르지만 "손 들 사람" 뿐이다. "30년 전의 방식으로만 일하겠다면 어떤 신문도 달라지는 건 없다"고도 했다.

전국에 많은 지역신문은 매출에 큰 변화가 없다. 해마다 인건비 부담은 증가한다. 수익성은 나날이 추락한다. 해묵은 암담함에 반전의 여지를 꾸밀 수 있으려면 0.5명이라도 최소한 나서야 한다. 일의 부담을 바꾸고 그가 매일 새로운 이야기를 회의에 올리고 함께 또는 다른 방식으로 진행할 무언가에 대해 들을 수 있어야 한다.

그 상태에서 많은 사람들은 비용 부담을 떠올린다. "'돈이 없다. 월급 나가기도 빠듯한데 새로운 것을 한다고?'라는 태클은 일단 보류하자. 우리는 조금이라도 변화를 향하기로 했으니까"라고 했다. 왜냐하면 시장에는 온갖 파트너가 있어서다. 의외로 쉽게 풀릴 수도 있다. 내가 지역신문 강의를 하면서 꼭 추천하는 AI기업 담당자도 있다. 스타트업 뿐이겠는가? 관내 지역대학 컴퓨터공학과 교수도 있다.

지역신문의 지리적 측면에서 그리고 도시의 잠재력과 방향성에서 접근한다면 정치 경제 사회 같은 뉴스의 구분법은 마이스 스포츠 바이오 등의 카테고리로 설계해야 한다.

마지막은 파트너를 리스트업하는 일이다. 그리고 협력자가 될 만한 곳을 방문한다. 물론 지역신문사는 최소한의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 100명, 1000명의 구독자 데이터를 갖는 일이다. 또는 뉴스룸의 아카이브를 구축하는 일이다. 아니면 공공기관, 민간기업의 가능한 데이터를 확보하는 일이다. 가치와 경험을 설계하는 기획, 솔루션 개발, 서비스 등 역할을 정의하면 질문은 단순해진다. "함께 할 것인가?"

나는 "이미 힘을 잃어가는 네이버 뉴스보다 AI가 가져올 정보 이용방식의 새로운 습관이 두렵다"고 말했다.  유튜브라는 또다른 플랫폼의 등장도 있지만 언론사 웹사이트(앱)는 더 철저히 고립될 수 있다. AI 데이터 학습을 막으려는 언론사의 움직임도 '멀티모달'(AI의 개인화 서비스) 이후의 사용자 외면과 닿아 있다. 과거에도 그리고 앞으로도 정보는 기술과 결부돼 있지만 언론이 하는 것은 저널리즘의 프리즘을 투사하는 일이다. 

저널리즘은 숭고해야 한다. 가장 잘 하는 일을 가장 비루한 방식으로 다루면서 AI를 내세우는 것은 합당하지도, 효율적이지도 않다. (뉴스조직의 일반적인) AI 질문은 생산성에서 가치와 경험으로 전환시켜야 한다. "(AI로) 구독자에게 어떤 특별한 가치와 경험을 줄 수 있는가"이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AI 기사 요약은 기사 본래의 의미를 약화시키고 DPI(일종의 열독률)을 감소시킬 수 있어 장기적으로는 좋은 서비스 옵션이 아니다. "저널리즘에 기술을 덧대 무엇을 어떻게 독자에게 제공하여 매료시킬 것인가?"는 궁극적인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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