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 시점에서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의 평결 입장(5:3)을 '사실'로 확인할 수 없음에도 이를 가정한 보도를 내보내는 건 언론이 정치적으로 이용당할 수도 있는 몹시 위험한 일이다.
이런 소재는 어떤 기자든 소명과 의지를 갖고 보도할 수는 있다. 의혹 제기만으로도 보도의 긍정적 기능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끝나면 안 되고 그에 따른 책임도 져야 한다. 가장 기본적인 책임은 신속한 사실 확인과 후속 보도다.
데스크는 보도 이후 추가적인 사실 확인을 기자에게 지시하고 후속 보도를 서둘러 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이는 ‘무책임한 보도’일 뿐이다.
사법기관 보도는 기자의 가설과 식견보다 명확성(내용)과 객관성(절차)이 우선이다. 공식 절차를 기다리고 검증된 사실에 기반한 보도 원칙을 지켜야 한다. 그게 언론인의 기본적인 역할이다.
무엇보다 확인되지 않은 법관의 결정 사항에 대한 보도는 극도로 신중해야 한다. 판결이 공개되기 전에 내부 동향을 흘리거나 섣불리 보도하는 것은 사법 절차를 훼손할 위험성이 크다. 또 법관들에게 모종의 정치적 압박으로 작용할 수도 있고 실제로 어떤 정치적 이익을 달성하는 데 쓰여질 수도 있다.
언론이 불확실한 정보를 노출할수록 사회적 갈등은 더 첨예하게 일어난다. 언론사는, 또 기자는 이런 보도를 취급하는 데 있어 사실성에 부합하는 명확한 근거를 갖고 있어야 한다.
추측성·예단성 보도 경쟁은 여론질서를 왜곡하기 십상이다. 유튜브 채널의 무분별한 짜깁기와 다를 게 없다. 사려깊고 정중하지 못한 보도 행태는 언론이 정작 힘써야 할 부분을 엉뚱하게 몰고 간다.
오늘날 독자는 언론과 경쟁하고 또 대립하고 있다. 정치적 파장이 큰 사안일수록 언론은 ‘누가 먼저’가 아니라 ‘무엇이 사실인가’를 따져야 한다.
(보도에서 언급된 기자의 예상이 결과적으로 일어나더라도) 지금 언론이 해야 할 일은 12·3 비상계엄 이후의 사실을 바탕으로 민주주의를 지키는 책임 있는 자세다. 헌법재판소를 둘러싼 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무엇이 민주주의 헌정질서에 부합하는 일인가? 이 엄중한 시기에 주권자들이 책임있는 언론에게 고대하는 것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Politics'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극단의 대결정치...언론이 갈등을 푸는 방식 (1) | 2024.12.20 |
---|---|
가짜 '진영언론' 넘어 진짜 '진보언론' 필요하다 (0) | 2020.08.04 |
정부조직법 표류의 핵심 'SO' 논란 어디로? (0) | 2013.03.12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