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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미디어의 미래

AI 시대, 기자가 뉴스조직에 질문할 것들

by 수레바퀴 2024. 7. 10.

기자는 변화하는 지식정보 생태계와 미디어 경쟁환경을 이해하고, 뉴스조직의 혁신과 전환을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뉴스조직을 향해 질문할 수 있어야 한다.

창간 20년 정도의 인터넷신문, 뉴스통신사 인턴(수습) 기자를 대상으로 ‘인공지능 시대, 미디어 역할’이란 주제의 강연을 했다. “당신의 뉴스조직에 항상 질문하라”로 강연의 문을 열었다.

1. 매체의 비전•미션은 무엇인가?

보통 언론사는 민주주의, 시장경제 창달 같은 거창한 구호를 표제처럼 삼는다. 이를 달성하려 제시하는 구체적인 목표와 과제는 무엇인가? 단계적 로드맵은 있는가? 매일 같은 업무의 도돌이표인가 아니면 미래를 향한 행보는 존재하는가?

2. 독자 데이터는 있는가?

디지털 오디언스를 발견, 개발, 재정의(design)하는가? 기존 구독자는 얼마나 정확하게 구분하여 대응하고 있는가? 매달 또는 정기적으로 의견을 경청하는가(survey)? 이용 행동 데이터를 수집하여 분석하고 있는가? 이들 데이터를 바탕으로 제품과 서비스를 토론하는가? 

3. 보유하고 있는 자산(IP)은 무엇인가?

뉴스 아카이빙은 어느 수준으로 집적돼 있는가? 효율적으로 패턴을 구분하고 새로운 프로덕트에 도달할 만한 분석과 기획이 가능한가? IP는 어떤 것이며 이를 극대화 하는 시도나 방안은 도출되고 있는가? IP(스토리•기자•(서브)브랜드)는 커뮤니티, 커머스 등으로 진전시킬 만한가? 스타 기자 육성을 고려하는 인사, 인센티브 제도는 있는가?

4. 저널리즘을 점검,성찰하는가?

뉴스의 신뢰 개선을 위한 정례적인 노력을 펼치고 있는가? 팩트 체킹은 꼼꼼히 하고 있는가? 잘못된 사실 관계를 바로 잡고 재발되지 않도록  하는 내부 프로세스는 있는가? 진영주의나 권위주의에 빠져 독자 목소리나 이해당사자의 반론을 외면하거나 소극적으로 처분할 때 시정의 요구는 있는가? 그것은 안팎으로 얼마나 개방돼 있고 진지한가?

5. 독자와 교류•소통하는가? 

독자는 업무와 분리돼 있는가 아니면 연계돼 있는가? 스토리, 제품을 생산, 배포할 때 독자의 괸점에서 이유와 목적은 충분히 검토하는가? 독자 커뮤니티 나아가 멤버십 등의 관계 증진을 위해 과학적인 방법과 리소스를 투입하고 있는가? 기자는 메신저나 트위터 같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독자와 대화하고 있는가? 이 내용을 기초로 스토리를 구성하거나 조직 차원의 피드백 접근을 하는가?

6. (이 모든 것을 추진하는) 의사결정구조는 미래지향적인가? 

디지털 리더십은 있는가? 손쉬운 안주(시장 수성)보다 창조와 자기파괴를 통해 리브랜딩의 지혜와 의지가 있는가? 디지털과 오디언스를 이해하고 지식 정보 생태계의 위기와 잠재력을 파악하는 의지와 체계는 있는가? 예산에 R&D 지출 항목은 있는가? 그리고 그것은 적정한지 짚는가? 

이런 질문에 대답할 수 있는 사람과 부서를 만날 수 있다면 뉴스조직은 적어도 새로운 에너지를 생성할 수 있는 곳이다. 

하지만 한국의 언론산업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경쟁 환경에서 대부분 기존 질서를 유지하며 소극적으로 반응해왔다. 오늘날 언론이 맞닥뜨린 본질적인 과제는 뉴스와 독자 사이의 돌이킬 수 없이 변화된 관계를 고찰하고 조응하는 일이다. 

이것은 스티브 잡스의 아이폰이나 문명사적 전환이 될 수 있는 인공지능을 대하듯 '다음의 큰 일'에 조곤조곤히 맞서고 있다는 선언이나 과장으로는 헤쳐가기 어렵다. 디지털 전환은 뉴스 시장의 미래를 근원적이고 전면적으로 생각할 때 가능하다. 기존 방식으로 뉴스를 생산, 배포하는 것으로는 결코 상황을 바꿀 수 없다. 무언가를 바꾸려면 기존 모델을 쓸모없게 만드는 새로운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

"누가 또는 무엇이 시장을 주도하는가?" 기자는 다시 질문해야 한다. 

젊은 독자가 언론에 접점을 형성하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것은 10년 전과는 다르다. 이른바 융합미디어 환경에서 점점 다양해지는 스크린과 플랫폼과 경쟁하면서 언론의 디지털 채널은 그저 또 하나의 정보를 보는 곳에 불과하다. 언론사 웹사이트나 앱에 들르는 것은 더 이상 뉴스를 보려는 주요 선택이 아닐 수 있다. 특정한 브랜드 아래서 뉴스를 보려고 선택하는 행위는 특별한 가치와 경험을 얻으려는 선택일 수 있다. 그것이 정치적이든 아니든 말이다.

언론은 이러한 독자의 기호에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가? 언론사는 구독이나 최소한의 로그인에 대해서 또는 기자들과의 만남에 대해서, 언론사의 물리적 공간 또는 웹 사이트나 앱에 방문하여 머물 때까지 뉴스 경험의 일부로서 가치를 제공하고 추가하는 일련의 노력들을 펼치거나 계획하고 있는가? 

오늘날 오디언스가 미디어를 선택하는 것은 단지 언론사의 뉴스를 보는 결정이라기보다는 특정 유형의 경험을 기대할 수 있는 첫 걸음일 수 있다. 그것이 성사된다면 마땅히 경쟁력이고 차별성으로 평가받을 것이다. 또한 그것이 진정한 새로운 독자를 디자인하고 영향력을 형성하는 미래가 될 터이다.

이를 이해하고 더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는 작고 표면적인 혁신을 넘어 근본적으로 새로운 미래를 설정해야 한다. 뉴스 시장과 언론 산업 전체의 변화를 (공동으로) 창조하여 언론의 독특한 영향력과 지위를 재정의해야 하는 때이다. 변화의 핵심은 독자, 즉 언론사와 기자들이 전하는 뉴스를 보고 즐기고 싶어하는 사람들과 긴밀히 접촉하는 것이다. 

물론 강력한 스토리는 여전히 중요하다. 그리고 강력한 스토리는 뉴스 비즈니스의 기반이 된다. 이런 스토리로 뉴스룸과 가까이 연결되고 싶은 사람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하지만 희망의 관계는 막다른 골목으로 이어지는 비슷비슷한 낡은 구조에서 만들어지는 콘텐츠로는 불가능하다. 독자와 새로운 관계를 만들고, 이해-호혜성-존중을 바탕으로 구축된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먼저 훌륭한 스토리와 세계를 원하는 독자, 그룹들과 대화의 시작을 디지털 전환의 여정으로 보고 있는가?

그 어느 때보다 오디언스를 전략의 중심에 두고 첫 번째 접점부터 장기적인 관계에 이르기까지 독자를 초대하는 경험을 생성할 만반의 조건은 갖췄는가?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의 기자는 언론사에 물을 때이다.  이런 질문에 명쾌히 대답하지 못하는 뉴스조직이라면 기자는 떠나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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