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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미디어의 미래

AI 생태계에서 지역 언론의 지속가능성

by 수레바퀴 2024. 3. 5.

지역 언론의 지속가능한 환경

"인공지능으로 저널리즘 경쟁의 질 높아진다"

3월 첫 월요일 지역 언론사를 찾았다. 강연 주제는 'AI 등 기술 주도 생태계에서 로컬 저널리즘 전략'이었다. 이 신문사는 최근 2년 새 적자를 기록했다. 과거에도 경영지표가 나빴던 적이 있었으나 현재 경험하고 있는 상황은 공포 그 자체였다. 종이신문과 방송사 경험을 한 이 신문사 대표는 기자 등 구성원들이 모인 월례 회의에서 "봄은 왔으나 봄 같지 않다"고 에둘러 말했다. 

시장의 분위기는 지역과 서울을 가리지 않는다. 현재는 트래픽이라도 건져야 한다는 것 이상의 현실적인 대책은 없다는 아우성이다. 이 판국에 진화하는 AI(인공지능)가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됐다. 지역 언론사는 개발자도, 예산도 바닥이다. 수습기자 선발도 가뭄에 콩 나는 형국이다. 뉴스룸은 늙어가고 있다. 디지털을 맡고 있는 간부들은 50대 중반이다. 펜대 기자뿐인 경력으로 악전고투다.

이런 가운데 이 신문사의 디지털 비즈니스는 NFT, AI로 이어지고 있다. 조직 개편으로 이 사업을 주관하는 P 전문위원(국장급)은 "지역 AI 기업과 협업으로 생성형 AI 기반 이미지 플랫폼을 구축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유료 서비스다. 아시아 등 글로벌 시장으로 향한다"면서도 "무엇이라도 해야 하는 상황이다"고 덧붙였다. 반면 AI 스타트업 W사와 수개월 협업을 진행하고 있는 대형 경제지의 한 관계자는 "진전이 없는 상태"라고 전했다. 상호 간 불충분한 정보와 자원 탓이다.

국내 언론사가 서둘러 AI 도입을 내세우는 이면에는 불명확한 목표와 미숙한 조직 역량이 있다. 한 종합일간지 관계자는 "대표와 디지털 부서만 오가는 이슈"라고 지적했다. 무엇인가 하고 있다, 만들어냈다는 '기록'이 중요한 것도 사실이지만 방향과 가치를 담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유력한 AI 스타트업과 '자동화된 뉴스' 결과물을 낸 한 신문사 관계자는 "아무도 찾지 않는 서비스라는 것을 알면서도 해야 했다"고 털어놨다.

지역 언론사의 처지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더 이상 '실패'를 할 수는 없다. 소셜미디어를 통한 기사 배포, 유튜브 채널을 위한 영상 콘텐츠 제작 등 갖은 접근 방식을 취했지만 결국 포털사이트를 쳐다보고 트래픽에 일희일비하는 되돌이표다. 나는 이날 강연서 "90% 이상의 매출이 종이신문 구성원들에서 발생하는 현실, 다른 매체가 하는 것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낮은 경쟁의 수준을 극복하는 것이 진정한 디지털 전환이다"고 했다.

특히 AI 기술의 확장 국면에서는 첫째, 제품 자체보다 비전과 목표를 정의하는 전략을 수립하고 둘째, 기술 파트너를 찾아 지속가능한 협력 기반을 다지고 셋째, 저널리즘 신뢰를 높여 이용자 관여도를 증진하고 넷째, 데이터 인프라를 구축하여 새로운 기회를 찾아야 한다. 먼저 내부 환경과 역량을 정확하게 파악하여 대응 수위를 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술은 당장의 샅바 싸움이 아니라 근본적인 변화의 에너지일 때 효용이 있다.

AI가 주도하는 생태계는 뉴스조직에 수준 높은 저널리즘 경쟁을 요청한다.

또한 기술 수용 등 실행 과정에서 필요한 것은 장기적인 로드맵이다. 이때 외부 테크 기업을 확보하는 등 기술 환경을 구현해야 한다. 지역 언론사는 일단 비용이 걸림돌이다. AI 스타트업은 서로 이해하고 중재할 커뮤니케이션이 부담이다. 협업은 결과물이 나와야 하지만 필요한 것을 알아내는 것일 수 있다. 이 지점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가 나온다. AI 도입이 왜 필요한가이다. 저널리즘의 가치를 확장하여 이용자가 매체의 차별성을 느끼게 하는 일이다. AI 생태계는 본격적인 저널리즘 경쟁의 시대를 의미한다.  

오늘날 지역 언론이 겪는 리스크는 예상보다 구조적이고 치명적이다. 예를 들면 현재의 비즈니스 모델도 위태롭다. 장기 저성장 국면에서 지역 시장이 초토화되고 있다. 지역 언론사 관계자는 "청년 10명 중 5명 이상이 수도권으로 일자리를 찾으러 간다"고 말했다. 인구소멸은 뉴스조직에겐 '독자 소멸'이요 '미래 소멸'이다. 특히 지역 정보의 수집처로 지역 언론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지역에서 미디어 영향력이란 의미도 사라지고 있다. 대다수 이용자는 검색엔진이나 소셜 미디어만 쳐다보고 있다. 

기자들도 디지털 전환에 소극적이다. 지역 언론사는 시군 단위에 주재 기자를 두고 있지만 디지털과는 담을 쌓은 경우가 대다수다. 이들을 포함 구성원들의 인식, 의지를 모아야 할 리더십도 디지털과는 거리가 멀다. 지역 언론의 '지속가능성'은 두말할 나위 없이 지역의 이해관계자를 아우르는 생태계를 형성하는 것이다. '지속가능성 인프라'는 독자의 관심사를 비롯한 지역의 데이터를 확보하고 연결하며, 지역에서 바라는 이벤트와 커뮤니티를 구축하여 다양한 협력 기반을 갖는 것이다.

뉴스 조직은 이를 바탕으로 지역공동체의 지속가능한 어젠다를 제시해야 한다. 기술 주도 생태계에서는 '나홀로' 생존방식은 끝났으며 테크 그룹, 시민, 데이터(조직)과 함께 존재해야 한다. 나는 "트래픽, 발행부수 같은 전통적, 단기적 흥행(?)을 넘어 '저널리즘' '독자관계' '영향력' 기반의 본질적 목표로 조속히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지역의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필요성을 파악하여 협력하고, 지역 커뮤니티에서 해결책을 찾아 실천하는 최소한의 실행조직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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