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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미디어의 미래

저널리즘 혁신이 디지털 전환이다

by 수레바퀴 2024. 4. 19.

언론사의 혁신과 전환에 필요한 것들. 이를 입체적으로 들여다봐야 한다.

한 대형 신문사서 향후 디지털 행보를 가다듬는 선후배 기자들을 만났다. 편집국 만의 이슈도 있지만 마케팅, 독자관리, 비즈니스 등 모든 영역에서 디지털에 담쌓고 있는 한계도 나눴다. 한마디로 낙후했고 안주했다. 이 매체가 한국 언론시장에서 차지하는 위상과 특성을 배제하고 국내 언론사가 처한 공통의 문제를 중심으로 건넨 이야기들을 몇 가지 추렸다. 원론적이긴 해도 꾸밈없는 것들이어서 공유한다. 

1. 혁신과 전환

혁신은 투자고 전환은 문화다. 혁신이 문화를 형성하고 문화가 혁신을 지킨다. 사람과 기술에 투자하는 이유는 디지털로 전환하기 위해서다. 일하는 방식, 콘텐츠의 수준, 비즈니스 모델이 해당한다. 현재 시점에서 더 우위에 설 수 있는 것은 저널리즘 혁신이다. 저널리즘 혁신이 곧 디지털 전환이다. 

더 나은 저널리즘을 제시해야 한다. 그것은 매체의 경향성보다 상위 개념이다. 다양한 안팎의 출처를 표시하고 맥락과 배경을 풍부하게 담는 디테일이다. '업'의 기본을 채우고 다지는 실행이다. 디지털 전환에 나선 언론과 그렇지 않은 언론의 차이는 뉴스 뷰 페이지의 형태부터 다르다.

디지털의 속성에 맞게 뉴스와 그 서비스가 변화하지 않는 것은 고도화된 솔루션 인프라를 쓸모없게 하는 것이다.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창대한 변화를 도모한다면, 그럴 필요성을 느끼는 뉴스조직이라면 저널리즘 혁신이 무엇인지 정의하고, 거기에 최우선 순위를 둬야 한다.

시장과 독자는 언론사에 저널리즘을 기대한다. 매체의 디지털 혁신과 전환은 저널리즘의 순도를 높이는 것을 최고의 목표로 둘 때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 기자들의 자각이 필요하다. 동시에 뉴스조직은 체계적인 시그널과 구체적인 청사진을 보여줘야 한다. 일관된 디지털 리더십이다.

2. 작은 성공 모델

언론사는 디지털에서 작은 성공 모델을 챙겨야 한다. 혁신 동력이고 전환의 시금석이다. 무엇이 성공인가를 정의해야 한다. 한국 언론은 성공을 평가하는 데 인색하다. 디지털에서 어떤 것이 중요한 포인트인지를 각사의 상황에 맞게 재정의해야 한다. 

가령 과거에는 트래픽(PV)이 절대적이었다. 체류시간(duration), 활동성(activity)처럼 중요하게 두는 이용지표도 달라졌다. 로그인월 페이월 단계서는 전환율, 이탈률 등 관리하는 내용도 변경된다. 기사 조회수 관점에서 이용자 행동 관점으로 가중치를 형성한다. 

뉴스레터도 마찬가지다. 열람률이나 구독자수 같은 단위에서 기본적인 검증이 필요하지만 해당 주제와 기자가 독자와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지도 열쇠다. 한 언론사 해외 특파원은 주제를 파서 네트워킹을 바탕으로 이벤트를 구현하고 있다. 시작은 뉴스레터였다.

기자 단위에서 소규모지만 정기성을 갖고 있다면 주목해야 한다. 관계성 없는 뉴스레터보다는 커뮤니티로 성장할 수 있는 주제와 기자 역량이라면 리소스를 투입하고 육성해야 한다. 그리고 그 뉴스레터는 명백히 작은 성공 모델이다. 특히 내부 구성원들에게 그 근거와 비전을 소상하게 알려야 한다. 근거도 명확하지 않은 채 종료하거나 가라앉은 서비스들은 다시 조명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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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제품 전략의 구체화

아날로그 매체는 브랜드를 소비하는 구조다. MBC, 조선일보 같은 브랜드를 인지하고 빨려들어가는 환경이다. 디지털은 콘텐츠와 생산자(기자)가 이용자를 강력하게 흡입해서 채널(브랜드)에 고정 독자를 형성한다. 김현정의 뉴스쇼(CBS 라디오 프로그램), 최경영 KBS 전 기자(현재는 자칭 정보분석가), 최욱 씨의 매불쇼도 마찬가지다. 

개별 기자의 영향력, 콘텐츠 경쟁력의 합이 브랜드를 떠받들고 지속가능성을 높인다. 기자 브랜드 자산(IP)이 없는 매체는 브랜드를 빠르게 소진한다. 기자와 콘텐츠의 가치는 브랜드를 퍼뜨리지만 브랜드만 강조되는 매체는 설 자리가 점점 없어진다. 소셜미디어가 등장했을 때 분산 배포, 또는 버티컬화가 화두였던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뉴스조직에서 제품 전략의 완성도는 기자의 가치를 높이는 것과 연결된다. 기자의 가치를 형성하는 것으로 전개할 수 없다면 제품은 결국 실패한다. 리소스가 충분한 언론사라면 제품만 생각할 수 있지만 국내 대다수 언론은 형편이 열악하다. 기본적으로 제품 경쟁력과 무관한 언론사 브랜드 기반의 비즈니스를 수행하고 있다. 이는 지속가능하지 않다.

제품 전략은 시장 이해관계자(산업), 독자, 매체 포지셔닝을 아울러야 한다. 지금 당장은 수요가 있는 분야지만 디지털에서 트렌드는 빠르게 변한다. 1년 이상 끌고가며 기회를 노려볼 수 있는 카테고리여야 한다. 이때 핵심 독자 층 또는 연령, 잠재고객 등의 세그먼트를 되도록이면 잘게 쪼개 파악해야 한다. 또 매체가 우위에 있거나 리소스 투입이 가능한 분야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4. "혼자서는 미래가 없다"

미디어 스타트업 가운데 독창적 방식으로 호평을 받는 브랜드가 있다. 콘텐츠 신선도가 있었고 무시못할 구독자를 확보했다. 그러나 내용적으로는 조직 구성원들이 혹사당하고 있다. 20~30대 연령대의 지식 정보 생산자들이 IP화할 수 있는 환경도 아니다. 제품의 균질성, 항상성, 우수성 등에서 위험 요인이 많다. 의외로 조직 문화도 유연하지 않다. 

대형 신문사의 버티컬 채널도 구성원들이 질식당하고 있다. 본업이 따로 있는 경우도 허다하다. 잔무도 널려 있다. 자위 수준에서 업데이트하고 있다. 기자들이 저항하거나 불만을 갖는 경우는 논리적으로 합당하다. 내부에서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40대 초중반의 차장들이 온라인 속보 기사를 데스킹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자산의 낭비도 심하다.

시선을 외부로 돌릴 필요도 있다. 제품조직을 별도로 만들거나 C레벨의 전문가를 영입하거나 등의 혁신 투자가 어렵다면 더욱 절실하다. 콘텐츠 기술 데이터 평가기관 등 가치사슬에서 중요한 곳들과 협업, 인수합병도 필요하다. 혁신 투자는 더 빠르게 결과를 확인하는 것이 목표다. 뉴욕타임스가 구독자 수 경쟁에서 압도적으로 이기기 위해 채택한 방법도 그렇다.

아날로그에서 선두권이었던 매체가 디지털에서도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하지만 종이신문 시장에서 아직은 건재하다면 만족할 만한 일이다. 혼자만의 익숙한 파티를 즐긴다면 여기서 멈추고 더 확실하게 주력하는 것이 맞다. 미디어 포트폴리오에서 종이신문 기업을 대체할 비즈니스가 있다면 더욱 그렇다. 

5. 기회는 다시 오지 않는다

언제까지 그대로, 늘 하던대로 시장을 지킬 수 없다. 근 20여년 내용적으로는 크게 바뀌지 않은 네이버 뉴스도 전환점에 왔다. 뉴스 이용자의 블랙홀이었지만 그 이용자에게 경험과 가치를 선사하지 못한 결과다. 올드 미디어의 선택지는 명확하다. 유산으로 부여받은 브랜드를 허투로 갉아먹는 일을 끝내야 한다. 브랜드를 재창조하는, 영향력을 쌓을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한다. 

뉴스룸의 문을 열고 손을 잡아야 한다. 그것이 독자이든, 이종산업이든 말이다. 기자들도 마찬가지다. 이날 이때까지 종이신문 기자들이 디지털 저널리즘을 고민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자신들이 행사하는 저널리즘에 대한 평가도 관대하기만 했다. 포털에게 요구만 하고 능동적으로 변하지 않았다. 포털이, 심지어 유튜브가 제안하는, 독자와 관계를 넓히는 일은 등한히 했다. 

수많은 유튜브 채널은 이미 이용자의 미디어 이용시간을 잠식하고 있다. 반면 수많은 매체의 디지털 뉴스 서비스는 뚜렷한 차별성이 없이 동질화 했다. 중앙플러스는 브랜드(구성원)를 소진시키고 있는가, 키우고 있는가? 조선일보 100자 댓글은 브랜드의 권위를 높이고 있는가, 그 반대인가? 90%의 매출이 종이신문에서 발생하고 있다. 그마저도 탁월한 저널리즘 덕분인가 아니면 낡은 브랜드의 연줄 덕분인가.

지금은 중대한 변곡점이다. 글로벌 테크 플랫폼도 뉴스(브랜드)를 사실상 버리고 있다. 한국의 포털뉴스도 도전적 상황이다. 네이버 생태계에 들어있는 중소 규모 매체도 네이버 뉴스 서비스의 광고 파이에서 실제적인 위기감을 갖고 아우성치고 있다. 독자를 스스로 개발해야 한다. 콘텐츠 접점으로 그치지 않고 관계로 나아가야 한다. 그것이 당장에 매체의 전부가 되지는 않겠지만 진정으로 새로운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유료 구독 모델은 그 다음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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