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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미디어의 미래

구독자 이탈률 낮추기의 조건

by 수레바퀴 2023. 8. 7.

"GA 기본 세팅도 엉성한 국내 언론사 수두룩하다"
숫자 써 놓은 보고서로 끝나면 구독자 유지 안 돼
가치와 경험 제시 외에 독자 관계 증진 이뤄져야

젊은 세대는 언론사 구독 결제를 망설이는 이유로 차별화된 콘텐츠 부족, 구독에 따른 이용 시간 부담, 지불 모델의 부실 등을 꼽았다.

노르웨이의 무료 뉴스 사용자가 디지털 뉴스 구독을 경험하는 방식을 분석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젊은 세대는 뉴스 구독을 할 경우 더 많은 뉴스를 읽어야 한다는 정신적 부담을 갖고 있었고, 귀중한 지식 경험을 얻는 기회라고 판단하기보다는 귀찮은 일로 받아들였다.

설문조사 응답자들은 한국 뉴스 시장과 마찬가지로 특정 언론사나 정보 채널에 충성도가 낮았다. 구독모델은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라 언론사의 비즈니스에만 유용하다는 견해까지 드러냈다.

젊은 세대 "뉴스 구독은 번거롭고 귀찮은 일"

무엇보다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을 선호했다. 자신이 원하는 뉴스를 언제, 어디서, 어떻게 소비할지 스스로 선택하기를 원했다.

응답자의 98%는 언론사의 구독 모델이 자신들의 콘텐츠 이용 습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또 불편한 결제 방식에 거부감도 컸다.

콘텐츠에 대한 불만도 적지 않았다. 페이월 콘텐츠와 무료로 제공되는 콘텐츠의 품질에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생각했다.

독자는 가급적이면 모든 매체에서, 모든 정보 접점에서 만나는 뉴스에 관심이 있었다. 또 그 뉴스는 상대적으로 더 중요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그러한 뉴스는 다양한 웹사이트에서 찾을 수 있고 무료로 볼 수 있는 만큼 유료 결제의 필요성은 느끼지 않았다.

*4년 전 국내 이용자 설문 조사 결과로 언론사의 보상 내용에 관계없이 뉴스 유료 구독 의사가 없음을 보여준다. 또는 언론사가 제시하는 보상 경험이 없어 단순한 선입견일 수 있다. 출처: 이용자 분석을 통한 디지털 뉴스 유료화 방안(2019)   https://www.kpf.or.kr/front/research/selfDetail.do?seq=575305&link_g_homepage=F


"우연히 뉴스 마주해 7초 안에 읽을지 결정"

특정 언론사가 독점적으로 생산한 콘텐츠더라도 해당 뉴스를 다른 사람들이 즐겨 이야기하지 않으면 중요한 콘텐츠가 아니라고 봤다. 이러한 정보에 굳이 결제할 이유도 없었다.

구독료 지불에는 부정적이었지만 뉴스 소비에 대한 '기피'는 아니었다. 뉴스 소비 의향과 관심은 여전했다. 예를 들면 소셜미디어에서 많이 접하는 뉴스를 중요하게 생각했고 콘텐츠 소비에 우선 순위를 두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뉴스 읽기는 일종의 '유행'과 비슷했다. 뉴스는 읽고 싶은 충동에 반응하는 것으로 일상 시간에서 매우 작은 부분(micro moments)을 차지하고 있었다.

온라인 결제 플랫폼 슈퍼탭(Supertab) 코스민 에네(Cosmin Ene) CEO는 "바쁘고 활동적인 삶을 살고 있는 독자들은 뉴스를 맞닥뜨리는 순간 어떤 조치를 취할 여유는 불과 7초 정도 뿐이다. 기사를 읽으려 7초 안에 굳이 구독을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논평했다.

기사 한 건당 소액 결제 등 기술 인프라 중요


프리미엄 콘텐츠를 열람하려면 로그인월과 페이월을 거치도록 한 국내 언론사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다.

연 단위, 월 단위 결제 구분만이 아니라 기사 건수별 결제, 특정 시간 및 요일별 결제 등 다양한 유형을 고려해야 한다. 점심시간 혹은 심야시간, 주말에만 뉴스를 몰아서 보는 경우도 (독자에게는) 있을 수 있다.

뉴스 신뢰도나 매체 충성도가 낮은 한국에서는 기사 한 건당 소액 결제는 적극 도입할 필요가 있다. 또한 구독 결정을 한 독자가 단지 클릭 한 번으로 쉬운 구매를 할 수 있도록 결제 환경을 갖춰야 한다. 블록체인 기반에서 수수료 없는 결제도 마찬가지다.

콘텐츠 이용 방식과 결제 유형을 다양하게 제시하는 이유는 구독 모델은 독자가 중심이기 때문이다. 일방적으로 콘텐츠 메뉴를 선정하고 펼쳐놓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페이월 이전에 충분한 독자 이용 환경 조사로 구독 서비스의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 

 

구독 모델에서 기술의 쓰임새는 콘텐츠 생산 및 가공, 개인화, 서비스(추천과 배포), 보상 등 전 과정에 걸쳐 있다.


일상 생활에서도 구독 강박, 피로 느끼는데...

2022년 미국 이용자는 디지털 미디어를 소비하는 데 하루 평균 494분을 소비했지만 뉴스는 그 시간의 극히 일부인 4분만 쓰고 있었다. 반면 틱톡은 95분이나 할애했다.

국내 이용자 조사에서 이처럼 극적인 데이터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한국의 젊은 세대도 더 심한 편애와 편중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디어 스타트업이나 비슷한 종류의 정보 채널, 팬데믹 기간에 급성장한 넷플릭스 같은 OTT 플랫폼 더 나아가 다양한 일상 생활에서도 구독 경제에 편입된 젊은 새대는 구독 그 자체의 피로감을 심하게 겪을 수 있다.

노르웨이의 젊은 세대는 뉴스를 적극적으로 찾는 경우가 거의 없고 오히려 "뉴스가 나를 찾아준다"라는 인식이 있었다. 소셜미디어에 우연하게 뜨는 뉴스에 주로 노출되는 등 뉴스에 대해 의식적인 접근이 아니라 '자유로운' 태도를 갖고 있었다.

미디어에 대한 사람들의 관점과 행동은 사용 및 만족, 접근 방식에서 차이를 낳는다. 독자는 구조, 상황, 동기 및 개인적 배경에 따라 미디어를 평가한다. 뉴스 유료화도 그 궤도를 따라 움직인다.

서비스 구조, 습관 형성, 동기 부여, 개인 특성

 

일단 독자는 언론사 콘텐츠를 소비한다. 미디어의 일반적인 구조를 이해하는 과정이다. 페이월이 적용되면 모든 사람들이 그 콘텐츠를 볼 수 없다. 로그인월이나 맛보기 콘텐츠를 통해 독자가 콘텐츠를 무료로 열람하며 들락날락할 수 있어야 한다. 그 재료가 부족하면 결코 지불 의사를 쌓기 어렵다.

그 다음은 독자의 습관이다. 유료 구독처럼 미디어 이용 행동에 변화가 있으려면 시간이 걸린다. 독자의 소비 상황을 유료로 제대로 바꾸려면 정확한 분석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무료 독자와 유료 계정으로 전환하는 독자 사이에 어떤 활동성의 차이가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

동기 부여도 필요하다. 콘텐츠 소비를 자극하고 정기 유료 구독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무엇을 설계할 것인가의 영역이다. 이벤트일 수 있고 심층 정보일 수 있다. 독자와 일체감을 조성하는 브랜드 마케팅이나 특정 주제의 행사를 염두에 둘 수 있다.

개인이 처한 조건도 변수다. 나이, 직업과 소득 그리고 가족 문제 등 개인별 환경은 유료 구독자로 이끄는 데 에너지가 될 수도 있고 방해물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어떤 조건은 공통적으로 발견될 수 있다. 집중해야 할 고리다. 

페이월을 거친 유료 구독자를 챙기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들은 더 많은 경험을 통해 무엇이 더 좋은 선택인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출처: Rebecca Berthelsen(2021), Meet Today’s Young News Users: An Exploration of How Young News Users Assess Which News Providers Are Worth Their While in Today’s High-Choice News Landscape 재가공


"구독자 이탈 속도 예상보다 빠르다" 이구동성

구독 모델 전략에서 독자 중심 사고는 모든 것에 우선한다. 언론사는 구독 모델을 만들 수는 있지만 결제는 오로지 독자가 결정하기 때문이다. 관건은 독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다듬는 과정이다. 독자 즉, 디지털 정보를 찾는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유료 구독의 결과는 뻔하다.

유료 구독 모델 시행 이후에 보완하는 과정이 중요한 이유다. 유료 구독자는 결제 이전 다양한 정보 서비스와 웹사이트를 경험했다. 콘텐츠, 상품 및 이용 요금(결제방식), 멤버십 등에 대한 비교 평가나 기억을 되살릴 수 있다. 기존 구독자의 이탈-변심 속도는 더 빠를 수 있다.

<중앙일보> 모바일서비스본부의 한 관계자는 "핵심 과제는 이탈을 막는 일이다. 여러가지 방법을 찾고 있지만 쉽지 않다"고 했다. 외부 파트너사와 협의 과정에서 경쟁 상황, 대가 등에 이해가 달라 제품 번들링에 애를 먹고 있는 것이다. 국내 여건상 단기간에 결실을 맺기 어려운 건 사실이지만 꾸준히 문을 두드리는 것이 필요하다.

가장 기본적인 대응은 페이월로 들어온 독자가 어떤 활동을 하는지, 활동적인 독자로 이끄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데이터 수집과 분석 활동이다. 잠재적 이탈자를 미리 예측하여 연결을 재구축하고, 독자의 구독 취소 사유를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법적으로 활용이 허용된 제3자 데이터를 통해 브랜드 소유 채널 외부에서 발생하는 독자 행동과 관심사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인공지능(AI) 도구로 분석하는 방법도 있다.

콘텐츠 개선 어렵다면 보상 프로그램 잘 갖춰야


그러나 로그인월을 채택한 국내 언론사들은 아직까지 충분한 양과 질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한 경제지 관계자는 "분석 도구로 살펴보고 있지만 정확하지 않은 것 같고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많다"고 전했다. 구글이 7월부터 온라인으로 진행하고 있는 '한국 GNI 비즈니스 워크숍'에서 GA(Google Analytics) 한 전문 강연자는 "제대로 GA를 세팅한 언론사가 거의 없다"고 진단했다. 이 분야에 투자를 늦춰선 안 된다.

콘텐츠는 여전히 중요하지만 검토할 것들도 있다. 흥미로운 정보를 균질하게 제공하고 새로운 경험을 제시하는 것은 강력한 구독 경쟁력의 출발선이다. 일단 어떤 콘텐츠가 독자를 끌어들이는가, 즉 그들이 무엇을 읽는가를 살펴봐야 한다.

해외의 한 논문에 따르면 구독 습관을 가진 구독자와 그렇지 않은 독자 사이에 읽는 콘텐츠의 주제는 거의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하드 뉴스는 모든 독자층에서 두루 읽혔고, 매력을 느끼고 몰입하는 활동 정도도 세대간 차이가 뚜렷하지 않았다. 페이월을 사이에 두고 한국의 독자는 어떤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오히려 충성 구독자를 설정해 이용 요금 할인은 물론 보상 프로그램을 갖추는 게 구독자 유지에 나을 수도 있다.

언론사의 구독 모델의 시야를 확장하면 공동체 측면에서 고려할 지점도 있다. 그동안 페이월이 언론사 웹사이트 트래픽과 비즈니스에 미치는 영향은 관찰되었어도 시민에게 무엇이 더 나은 것인지의 평가는 부족했다. 언론사의 매출 목표와 비전 때문만이 아니라 사회에도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뉴스로부터 알 수 있는 공동체의 정보에서 멀어지는 시민(집단)의 확산 가능성이다. 

구독 경제는 관심, 관계, 경험과 맞물려 돌아간다.


공동체서 저널리즘 역할 강하면 '후원 모델'

유료 구독 모델을 고려하는 언론사가 한 사회에서 갖는 가치가 특별한 경우, 어떤 뉴스(주제)를 선정하고 어떻게 유료화 할 것인가, 분석과 통찰을 담은 콘텐츠도 페이월에 가둘 것인가 등 기본적인 단계부터 저널리즘의 책임을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

오히려 모든 뉴스는 공개하고 '후원(기부)'을 받는 모델이 타당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논조가 비슷한 매체들이 다수 있기 때문에 소수자, 사회적 약자 등에 주목하는 리버럴한 매체들이 여기서 강점을 발산할 가능성이 높다.

<한겨레>가 후원모델을 시도한 것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후원 모델은 더 고차원적이다. 유료 구독 모델이 제품이나 보상의 측면에서 다뤄진다면 후원 모델은 신념, 철학 등과 더 잘 어울린다. 씀씀이를 줄이는 유료 결제자들에 비하면 후원은 변심의 속도가 늦다고 할 수 있다. 핵심은 기존 장기 구독자의 브랜드 인식과 감정을 잘 헤아리는 것이다.

언론사의 유료 구독 모델은 '디지털 퍼스트' 이후 '오디언스 퍼스트', B2B가 아닌 B2C를 상징한다. 구독 경제(Subscription Economy)는 관심 경제(The Attention Economy) 그리고 경험 경제(Experiential Economy), 관계 경제(Relationship Economy)를 아우르는 여정이다.

독자를 어떻게 대하는가에 구독 모델 성패 달려


뉴스 유료화도 이 변화하는 생태계의 변주에서 듣고 짚어야 한다. 유료 구독은 팔아먹을 콘텐츠를 챙기고 결제 솔루션을 도입하고, 콜 센터를 두는 프로젝트로 한정해선 안 된다. 국내 한 경제지 편집국 기자는 "로그인월 시행 이후 독자를 우리가 어떻게 인식하는가에 구독 모델의 성패가 달려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독자의 정보 읽기 습관을 바꾸고 매체와 그 정보에 관심을 유지하며 색다른 경험과 가치를 제시해 뉴스조직과의 관계를 다지는 거대한 전환이 바로 '구독'이다. 대장정에 나섰다는 마음가짐과 일관된 자원 분배가 없이는 '구독자 이탈률'이란 키워드는 통계 숫자를 써놓은 보고서로 끝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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